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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전, 비건 대체 식품

stillslow 2020. 8. 11. 22:46

 2017년, 나는 조금 더 내 신념에 맞게 살고 싶어서 고기를 끊었다. 그리고 몇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너무 많이 또 오래 오는 비, 쏟아지는 기후 재난 기사들 그리고 기괴한 축산업에 대한 환멸까지.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하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 아주 작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내가 꾸준히 이용 중이고, 허들이 낮은 육식 대체용 비건 식품들을 리스트업 해본다. 채식에 이제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들을 위해 쓰는지라 비건으로 지내시는 분들께는 너무 간소하고 지루한 리스트일 수 있다. 하지만 당연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울 수 있으니 그래도 써본다. (😊) + 2022년 4월 22일 약간의 업데이트 (해당 색으로 쓰인 부분은 추가 내용) +


 

1-1. "집에 우유는 있어야 되지 않나요" :
아몬드 브리즈 / 오틀리 / 매일두유 / 어메이징오트

소젖 대체품이 많이 생기고 있고, 나도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해보지만 결국 이 셋으로 돌아온다.

1) 아몬드 브리즈: 셋 중 가볍게 마시기에 제일 좋고 오틀리나 매일 두유와 비교해 콜드브루와 라테를 만들어 먹기에 가장 어울리는 편이다. 갑자기 배고픈데 이동 중일 때 대부분의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뛰어난 접근성.
2) 오틀리: 오틀리는 인터넷이나 올리브영이 아니면 시중에 많이 풀려있지 않지만, 초코 우유 대체품으로는 압도적으로 맛있다. 개인적으로 채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 허들이 높은 대체품보다 오틀리 초코맛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거라는 생각. (북유럽에서 와서 이케아에서도 판다.)
3) 매일 두유: 집에 우유를 항상 구비해두는 집이라면 대체하기 좋은 제품. 다른 두유와 다르게 콩 맛이 진하지 않고 스무디, 오트밀, 파스타와 같은 요리에 써도 이질감이 적은 편. 박스로 사도 가격 부담이 적고(950ml 10팩에 17,000원 선) 유통기한도 길어서 벌크로 사두기 좋다. 17년부터 꾸준히 구매하는 제품.

+ 글을 쓸 때와 비교해 정말 많은 대체 상품이 나왔다. 요즘이라면 매일두유 / 어메이징오트 / 아몬드브리즈 내에서의 선택을 추천합니다. 가격과 접근성면에서 더 좋기 때문에.

 

1-2. "그럼 카페 가면 뭘 마시죠" :

카페 프랜차이즈 중 스타벅스폴 바셋, 그리고 일부 커피빈 매장은 두유 옵션을 제공한다. (투썸 플레이스에도 있다는데 저는 한 번도 못 봤네요? 보시면 제보 바랍니다.) 최근엔 그외 카페에서도 두유 옵션을 제공하는 곳이 생기는 추세이지만 빽다방이나 프릳츠가 쓰는 '베지밀'은 비건이 아니라는 점을 체크해두어야 한다. 처음부터 기본 라테를 바로 두유로 교체해 먹으면 새로운 맛에 당황하는 일도 있으니, 달거나 다른 향이 있는 음료로 시작해보는 걸 추천한다. 스타벅스의 망고바나나, 폴 바셋의 시나몬 라테, 그리고 커피빈의 모로칸 민트를 두유로 잡숴보세요. 제가 좋아하는 메뉴들입니다. + 이제 훨씬 많이 늘었겠지요?

영수증에 찍히는 뿌듯한 두유 두유

 

2. "버터 맛을 너무 좋아해요" :
아이허브 Nutiva, 유기농 코코넛 오일 (Butter Flavor)

7000원 대에 살 수 있는 버터 대체 제품. 아이허브를 꾸준히 구매하는 분들이라면 하나쯤 껴서 사보시면 좋다.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아보면 그냥 버터향이다. 토스트에 발라서 구우면? 내가 먹었던 그 버터향이다. 팬케이크를 굽거나, 향을 살린 요리를 할 때 아주 좋다. (고추장 밥에 반스푼 넣고 비벼먹어도 맛있다. 뭔지 아시죠.) 사실 품절될까 봐 말하기 싫은 마음도 있지만 저는 이미 여러 병 사놨기 때문에...오케이👌 

 

3. "3일에 한번은 라면을 먹어요" :
농심 야채라면 + 풀무원 정면

 

 

 채황라면, 감자라면, 초록마을의 채식 라면 등등 다양한 비건 라면을 먹어봤지만 농심 야채 라면이 가장 기성 라면과 비슷하다. 예상할 수 있는 msg의 맛. 맛으로만 따지면 다른 라면이 더 개성있게 맛있을 수 있지만, 개인의 호불호와 상관없이 라면의 디폴트 값에 가깝다는 말이다. 매운 걸 잘 못 먹는 사람에게 맞는 편이라 매운 걸 좋아하시는 분들을 청양고추를 함께 넣어 드시길 추천. (+ 자극적인 맛을 좋아한다면 삼육 제품 중에 찾아봐도 좋다. 약간 중국 향신료 느낌이 나는 매력.) + 나처럼 매운 맛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풀무원 정면도 좋다.

 

4. "여름인데 비빔면은 먹어야죠" :
삼양 열무비빔면

삼양에서 나온 제품인데 신기하게 비건이다. 가끔 이렇게 부러 의도한 건지 모르겠는 좋은 제품이 나와서.. 감사합니다. 기존 비빔면보다 면에 맛이 잘 들고, 소스도 잔맛 없이 새콤 깔끔하다. 위의 농심 야채라면처럼 비빔면을 생각했을 때의 디폴트를 하는 제품. 논 비건인 어머니도 위화감 전혀 없이 잘 드시고 계신다. (+팔도비빔면과 달리 ‘팔도비빔장’도 비건이다.)


5. "현대인이라 시간이 없어요" :
채담 카레

채식 카레계의 빛과 소금 채담 카레. 개당 2000원 선으로 세일 때를 노리면 저렴해서 쟁여두기 아주 좋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동네는 생협에도 있다. 한국식 카레 맛보다는 일본식에 가깝고, 건더기는 부드럽게 뭉그러져있기 때문에 간단한 토핑을 얹기에도 훌륭. (저는 주로 버섯을 구워서 올립니다.) 요리를 즐기지 않지만 따뜻하고 든든한 식사가 먹고 싶다면 비상용처럼 몇 개 사두는 것도 추천.


6. "만두를 너무 사랑해요" :
진선 푸드 진선 만두 + 비비고 플랜테이블 왕교자

집에 만두 마니아가 있는 사람이라 적절한 비건 만두를 찾는 여정이 험난하고 길었다. 그리고 2년 반이 넘게 잘 정착 중인 진선 만두. 동물의 살점 맛을 노리지 않으면서도 야채가 알차기 때문에 기존의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아 허들이 낮다. 그리고 쪄먹어도, 구워 먹어도, 만둣국을 해도 맛있다 (중요) 야식으로 맥주 마실 때 쪄서 드셔보세요.
+ 비비고 플랜테이블 왕교자도 덧붙인다. 어쩔 수 없는 대기업의 안정적인 맛이 있다. 국을 끓인다면 진선만두를, 구워 먹는다면 플랜테이블 왕교자를.

 

7. "콩 마요네즈는 맛이 다르잖아요" :
오뚜기 소이 마요

물론 콩으로 만든 마요네즈는 질감이나 맛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소이 마요라면 그 간극이 아주 아주 아주 작다. 한 숟갈 먹어서 천천히 음미해본다면 사람에 따라 차이를 느낄 수 있겠지만, 사실 샌드위치나 덮밥류와 같은 요리에 쓴다면 차이가 거의 없다. 칼로리를 비롯해 당연히 닭알을 쓴 마요네즈보다 건강에 낫고, 대기업 제품답게 이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8. "피자는 어떻게 하죠" :
파파존스 가든 스페셜 (비건 옵션) 피자

최근 슬릭도 추천했던 파파존스의 비건 피자. 정확히 비건 피자가 있는 건 아니고 옵션을 조절하면 비건 피자로 만들 수 있다. 가든 스페셜에 소스 많이 + 치즈 제외 + 원하는 비건 토핑. 먹어도 속이 부대끼지도 않고, 맛도 여름에 어울리는 맛이 된다. 나는 그래도 느끼한 게 좋은데, 라면 위의 소이 마요를 준비해두었다가 뿌려먹으면 아주 어울린답니다.

 

9. "기내식은 정해져서 나오잖아요" :

여행 중 주문했던 비건밀 기내식들

아니다. 직접 정할 수 있다. 티켓 예매시에 식단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따로 문의를 하면 비건식이나 과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지금은 때가 때인지라 긴 비행이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언젠가 이동이 더 안전해지는 때가 온다면 기내식에서 비건식이나 과일식을 신청해보는 걸 추천한다. 평소 뻔한 기내식과 다른, 꽤 로컬한 음식이 나올 때가 많고 (기내식이 늘 그렇듯 맛은 천차만별이고, 다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 과일식의 경우는 무거운 식사보다 앉아있기에 훨씬 편하다.

 


 아주 단촐한 리스트지만 채식에 처음 관심을 둔 분을 위해 쓴다는 마음으로 시도해보기 수월한 음식들만 가볍게 적어보았다.
채식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주변의 도움이 있으면 지키기가 훨씬 편하다. 특히 집단 문화가 발달한 한국이라 더 그렇다. 나도 나와 만날 때마다 나보다 먼저 비건 음식점을 찾아보고, 옵션을 확인해준 친구들이 있기에 계속 지속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받은 다정이 큰 만큼,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면 무척 기쁘겠다.

+ 불과 2년 만에 한국 비건 시장도 굉장히 활성화 되었다. 특히 2017년과 비교하면 눈물이 나는 발전... 물론 앞으로 더 가야할 길이 멀다. 한번 확 업데이트를 할까 하다가, 일단은 간단하게 코멘트만 붙였다. 여전히 작은 도움이 되길.